축산·환경·노동의 연쇄를 3층 공간으로 재구성하다, 공연 ‘밤, 흙, 악몽’

2025.11.30

축산·환경·노동의 연쇄를 3층 공간으로 재구성하다, 공연 ‘밤, 흙, 악몽’

극단 임시극장의 신작〈밤, 흙, 악몽 Night soil, Nightmare〉은 축산·환경·노동이 서로 미치는 영향의 연쇄를 3층 가정집 전체에 재구성한 다원 공연으로, 한국 사회의 구조를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프로젝트이다.

멈출 수 없는 고속도로의 차들, 도망친 돼지 한 마리, 전염병으로 강제 이주되어 축산업을 해야 했던 사람들, 이들을 매개하는 분뇨 운반 기사로 표상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3층 가정집 공간으로 옮겼다.

이번 프로젝트는 제22회 대산대학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작 김수려의 <질주>를 바탕으로 극단 임시극장이 제작했으며, 총 8명의 시각·사운드·미디어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완성되었다. 다원 공연 <밤, 흙, 악몽 Night soil, Nightmare>이 오는 12월 13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이태원 복합공간 ‘LDK(구 대사관저)’에서 진행된다.

이 작품의 출발점은 익산 지역 고속도로에 오래 남아 있던 악취 문제다. 한센인 정착촌의 축산 농가, 새만금 간척 사업, 구제역 당시 매몰된 수만 마리의 돼지 사체,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엮어낸 축산 분뇨의 이동 경로가 만들어낸 거대한 냄새의 구조 속에서였다. <밤, 흙, 악몽>의 창작진은 이 악취를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속도·개발·배제의 구조를 드러내는 하나의 상징으로 바라보며 작업을 시작했다.


■ 관객이 3시간 동안 ‘이동하며 관람하는’ 다원 공연

이번 작업은 기존의 실험극 형식을 벗어나, 3층 가정집 전체를 무대이자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구조로 제작되었다. 관객은 일정에 따라 입장해 약 3시간 동안 각 층을 이동하며, 배우들의 퍼포먼스·전시된 오브제·사운드 설치·영상 작업 등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희곡 <질주>의 서사는 ‘보는 연극’의 상태를 넘어, 관객이 작품의 흐름 속을 직접 걸으며 감각적으로 체험하는 형태로 재구성되었다. 작품 곳곳에 배치된 참여 작가들의 작업은 현실의 문제를 미학적으로 변주해 공연 서사와 병렬적으로 작동한다. 그 결과 관객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설치 미술 작품 속에서 퍼포먼스를 목격하듯, 이 시대의 환경과 노동, 생명과 속도에 대한 질문을 체감하게 된다.


■ 익산 현장조사부터 연출–작가 워크숍까지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현실의 리서치 기반 작업으로 진행되었다. 창작진은 익산 참여연대, 평화바람 등 지역 단체의 도움을 받아 축산·환경·지역 노동 문제를 직접 조사하며 작품의 디테일을 구축했다. 이후 배우들과 참여 작가들이 함께한 다수의 워크숍을 통해, 각자의 시선과 감각을 입체적으로 결합했다. 전시에 참여한 예술가로는 사운드 아티스트 심이다은, 암실 기반 홀로그램 필름 작업의 김지오, 베를린 기반 시각예술가 박세원·Bece, 다큐멘터리 감독 조한나, 설치 작업의 허자용, 조형·공간 연구를 기반으로 한 박민서 등이 있으며, 이들의 작업은 공연의 서사와 구조를 관객의 감각에 더욱 가깝게 만든다. 또한 전자음악가 홍석영이 음악을 맡아, 공연 전체를 관통하는 리듬과 정서를 구축하며 임시극장 배우들의 퍼포먼스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공연 <밤, 흙, 악몽>은 2025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 지원작으로 선정되었으며, 공연·전시의 경계를 확장하는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다. 공연 및 관람 정보는 공식 웹사이트 및 극단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티켓은 네이버 예약에서 할 수 있다. 전석 44,000원.

정유철 기자, K스피릿(http://www.ikoreanspirit.com)